넷플릭스 1,000시간 봤는데 영어는 그대로입니다

영상으로 영어 공부, 진짜 되긴 될까?

요즘 ‘넷플릭스로 영어 공부한다’는 말, 많이 들어보셨죠?
실제로 유튜브나 블로그만 봐도 “자막 없이 넷플릭스 보면서 영어 늘었어요!”라는 후기가 넘쳐납니다.
저도 그 말에 혹해서 몇 년 전부터 “넷플릭스 = 영어 선생님”이라 믿고 살아왔습니다.

자막 없이 보는 연습도 하고, 영어 자막-한글 자막 번갈아 보기도 하고,
쉐도잉도 해보겠다고 리모컨을 무한정 되감기 하며 노력했습니다.

그렇게 넷플릭스 시청 시간이 누적 1,000시간을 넘었는데…
문제는 ...

영어가 늘지 않았습니다.

넷플릭스는 분명 영어 자료인데, 왜 안 늘었을까?

처음엔 내가 게으른 줄 알았습니다.
다들 잘만 한다는데, 나는 왜 안 되지?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니, 이유는 분명했습니다.

저는 ‘공부’가 아니라 ‘감상’을 하고 있었던 거죠.

넷플릭스를 켜는 순간,
영어 자막을 켰다고 해도 결국 눈은 배우의 얼굴을 쫓고,
내용에 빠져들다 보면 ‘공부’는 뒷전이 됩니다.

특히 드라마 시리즈는 감정선에 몰입되기 쉽기 때문에,
내가 영어 표현을 기억하기 전에 주인공의 썸이 더 기억에 남습니다.
예를 들어 《Emily in Paris》를 봤다면, “That’s so cliché!”라는 표현보단
‘가브리엘 잘생겼다…’만 남게 되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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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공부로서의 영상 시청, 어떻게 달라야 할까?

영상을 통해 영어를 공부하려면,
‘어떻게 보느냐’가 정말 중요합니다.

단순히 자막 없이 보는 것만으로는 거의 효과가 없습니다.
듣는 훈련이 아니라, 그냥 ‘문맥 짐작 능력’만 늘어나거든요.

제가 이후로 바꾼 방법은 이렇습니다:

① ‘보고 끝’ 말고 ‘짧게 보고 반복’

처음엔 한 에피소드를 다 보면서 공부하려고 했는데,
그건 거의 무의미했습니다.
이젠 한 장면을 10~15초 단위로 잘라 보고,
그 안의 문장을 집중해서 들어보고 따라 말합니다.

② 스크립트 확인 후 쉐도잉

듣기만 하면 잘 안 들리는 표현들이 많습니다.
대사 스크립트를 확인하면서 실제 발음과의 차이를 익히면
‘왜 안 들렸는지’ 알게 됩니다.
예: “Did you?”가 “Didya?”로 들리는 식의 연결음.

③ ‘쓰는 영어’도 같이 병행

드라마 속 영어는 대부분 회화체지만,
이걸 내가 실제로 쓸 수 있게 하려면
한 문장이라도 직접 써보는 훈련이 필요합니다.
예: “I got stood up yesterday.”
→ ‘나도 써보자’ → “I was supposed to meet Jihyun, but he didn’t show up…”

④ 자기 수준보다 살짝 낮은 콘텐츠 보기

우리는 재미있다고 <셜록>이나 <블랙미러> 같은 드라마를 보지만,
언어 난이도로 따지면 거의 대학 수준입니다.
차라리 디즈니 애니메이션처럼
대사가 쉬운 콘텐츠부터 접근하는 게 훨씬 효과적입니다.

넷플릭스 영어 공부, 잘하면 확실히 좋다

넷플릭스를 영어 공부에 활용하는 게 나쁜 건 아닙니다.
단, 그냥 틀어놓고 보는 건 공부가 아니라 ‘소비’일 뿐입니다.
유튜브, 디즈니+, 애플TV 등 다양한 콘텐츠 플랫폼에서도
비슷한 원칙이 적용됩니다.

중요한 건 내가 지금 보고 있는 영상이
나의 학습 목적에 맞는 방식으로 사용되고 있는가입니다.

그걸 구분하지 않으면
“넷플릭스 1,000시간 봤는데 영어 그대로예요”와 같은
말이 나오게 되는 겁니다.

진짜 영어 공부는 불편함을 견디는 것

사실 영어 공부에서 가장 중요한 건
익숙한 걸 포기하고, 불편한 방식을 견디는 것이에요.
자막 없이 보기, 같은 장면 반복하기, 소리 내어 말하기…
다 귀찮고 낯설고, 때론 재미도 없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불편함’을 뚫고 나면
정말 영어 실력이 달라집니다.

넷플릭스를 ‘편안한 쉼터’가 아니라
‘영어 근육을 만드는 헬스장’처럼 활용한다면
그 1,000시간은 분명히 값지게 돌아올 거예요.

마치며

혹시 여러분도 넷플릭스로 영어 공부를 하고 계신가요?
혹시 저처럼, 시청 시간은 많은데 실력은 그대로라면
공부 방법을 한번 점검해보는 건 어떨까요?

넷플릭스는 좋은 도구입니다.
하지만 도구는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죠.
이왕이면, 다음 에피소드는 그냥 ‘보기’ 말고
‘배우기’를 목표로 시작해보세요.